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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LITERACY · ESSAY

죽음을 가르치지 않고, 삶 속에서 만나게 하는 법

발달장애인에게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오랫동안 나는 이 질문을 가지고 교육 현장을 다녔다.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쉽게 설명할지, 장례와 화장, 사별과 애도를 어떤 그림과 문장으로 전달할지 고민했다. 얼마 전 호주 글로벌스터디를 통해 다양한 죽음관련 기관, 단체를 다녀오며 새로운 질문을 품게 됐다. 우리는 왜 죽음을 꼭 '가르쳐야 하는 것'으로만 생각했을까.

Dying to Know — 알고싶어 죽겠어요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프로베다(Proveda)의 'Dying to Know'는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Dying to Know는 2013년부터 이어져 온 호주의 전국적인 캠페인으로 한국말로 '알고싶어 죽겠어요' 라는 재치있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매년 8월 사람들이 죽음과 임종, 애도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호주 Dying to Know Day 캠페인 홍보 포스터
호주에서 매년 8월 열리는 Dying to Know(다잉 투 노우) 행사 포스터

인상적이었던 것은 죽음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죽음에 관한 지식을 많이 전달하는 데 집중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악, 이야기, 이미지, 놀이와 같은 문화적 도구를 사용했다. 올해 캠페인에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노래(Final Song)'를 고르게 하고 이를 함께 공유한다. 진지한 노래도 있고, 웃기는 노래도 있고, 예상하지 못했던 노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그 노래를 고른 사람이 자연스럽게 자기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대중과 죽음을 이야기할 때 예술과 접목하고, 유머를 잃지 않아야 한다. — 프로베다에서 들은 이야기

실제 Dying to Know의 캠페인 역시 죽음에 대한 침묵을 깨기 위해 일부러 장난스럽고 유쾌한 표현을 사용한다. 죽음이 중요하다고 해서 죽음교육까지 반드시 무겁고 엄숙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이 접근이 발달장애인 죽음교육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나와 관계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작업

발달장애인을 위한 죽음교육에서는 자칫 죽음의 정의, 장례절차, 사별 후 감정과 같은 정보를 쉽게 설명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물론 쉬운 정보는 필요하다. 그러나 글과 말로 설명하는 것만으로 죽음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아래와 같은 질문이 죽음을 훨씬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할 수도 있다.

죽음을 '내 이야기'로 바꾸는 질문들
  • 내 장례식에서 어떤 노래를 틀고 싶어요?
  • 나를 기억할 때 어떤 사진을 봤으면 좋겠어요?
  • 내가 죽으면 좋아하는 물건 중 무엇을 남기고 싶어요?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듣고, 사진을 고르고, 장례식에서 받고 싶은 꽃을 선택하고, 자신의 묘비를 직접 디자인해보는 것이다. 웃긴 묘비명을 만들어도 좋다. 자신의 마지막 날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해도 좋다. 이런 활동은 죽음을 가볍게 취급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추상적인 죽음을 '나와 관계있는 이야기'로 바꾸는 작업이다.

호주에서 보급되고 있는 죽음 대화 교재와 카드 세트
죽음 대화를 돕는 다양한 교재, 카드가 제작·보급되고 있는 호주

웨이벌리 공동묘지 — 삶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죽음

시드니의 웨이벌리 공동묘지(Waverley Cemetery)는 또 다른 생각거리를 주었다. 1877년에 문을 연 이곳에는 약 5만 명이 묻혀 있고, 지금도 지역 주민과 방문객을 대상으로 매주 묘지 역사 투어가 운영된다. 자원봉사자들은 유명인뿐 아니라 그곳에 묻힌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낯설었던 것은 묘지가 사람들의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길을 따라 사람들이 걷고, 주변을 산책한다. 물론 묘지는 고인을 존중해야 하는 추모 공간이고 지켜야 할 규칙도 분명하다. 하지만 '죽은 사람만 있는 무서운 장소'라는 느낌과는 많이 달랐다. 실제 웨이벌리에서는 공동묘지 투어와 드럼 워크숍을 결합해 죽음과 애도를 이야기하는 Dying to Know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나는 특히 묘비를 오래 보았다. 크기도, 모양도, 새겨진 글도 모두 달랐다. 어떤 사람의 묘에는 조각이 있었고 어떤 묘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묘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야외 전시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발달장애인과도 이런 공간을 함께 걸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 시드니의 바닷가에 자리한 웨이벌리 공동묘지 전경
호주 시드니의 '웨이벌리 공동묘지'에는 '웨이벌리 프렌즈'라는 지역주민이 함께 투어하며 설명해준다

죽음을 배우기 위해 교실에 앉아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라는 문장을 반복하기보다 묘지를 천천히 걸어보는 것이다. 묘비를 보면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왜 이 그림을 새겼을까?", "내 묘비에는 무엇을 그리고 싶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죽음교육이면서 동시에 삶을 돌아보는 교육이 된다.

한국에서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실험

물론 호주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다. 한국에서는 묘지를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문화가 여전히 강하고, 발달장애인이 묘지나 장례공간을 경험할 기회도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볼 필요가 있다. 수목장이나 봉안시설, 공영장례 추모공간을 방문하거나 지역의 오래된 묘지와 추모시설을 천천히 걸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 있다. 사진으로 여러 나라의 묘비를 보고 '나의 추모공간'을 꾸며보는 활동도 가능하다. 여기에 음악, 그림, 음식, 꽃, 사진 같은 친숙한 소재를 더하면 죽음에 대한 대화의 문턱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에게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시키는 것'이 아닐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을 만나보고, 질문하고, 선택해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설명하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종종 발달장애인이 죽음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의 죽음을 알리지 않기도 하고 장례식에 참여시키지 않기도 한다. 죽음 이야기를 하면 불안해할까 봐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문제는 발달장애인이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죽음을 설명하는 방법이 너무 어렵고, 너무 무겁고, 너무 말 중심이었던 것은 아닐까.

프로베다에서는 음악으로 죽음을 이야기했고, 웨이벌리에서는 산책을 하며 죽은 사람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곳에서 죽음은 별도의 교육시간에만 등장하는 주제가 아니었다. 삶의 풍경 안에 자연스럽게 놓여 있었다. 한국의 발달장애인 죽음교육도 조금씩 그렇게 변했으면 한다.

교실에서 죽음의 정의를 배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묘지를 걷고, 그림을 그리고, 마지막 노래를 고르고, 나만의 묘비를 만들어보는 것. 때로는 웃고 때로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서 죽음을 말해보는 것.

죽음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죽음에 관한 많은 지식을 갖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야기해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죽음을 함께 슬퍼할 수 있으며, 언젠가 맞이할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서도 조금씩 선택해볼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이번 호주 방문에서 내가 배운 발달장애인 죽음교육의 방향도 결국 그곳에 있었다.

죽음을 삶 밖에 따로 떼어놓지 않는 것. 그리고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삶의 재미와 예술, 개별성과 유머를 잃지 않는 것. 그런 죽음교육이라면 발달장애인에게도 죽음은 조금 덜 낯선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에이블뉴스 칼럼 · 이 글은 에이블뉴스 「선물합니다. 작별할 권리」 코너에 김영아 칼럼니스트의 이름으로 게재된 칼럼입니다. 원문 보기 →
김영아
죽음문해력커넥트 · 다다르다 대표
죽음문해력커넥트

죽음문해력커넥트는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FA) 15기의 프로젝트팀으로, 비영리재단·기업재단·재단법인·직업사관학교·소셜벤처 등에서 일하는 6명이 모여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연결한다"는 방향으로 활동합니다. 한국형 죽음문해력 지수(DLI/K) 개발, 3040 죽음문해력 아카데미, 유언장 쓰기 클래스, 죽음문해력 축제 「데스티벌」 등을 운영하며 죽음을 일상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듭니다.